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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사진전 목수(木手), 2019

나무를 잘 아는 손



목수가 되고 싶은 사진가의 공방에서 보았던 물건들이다. 평생 나무에 기대 산 장인(丈人)의 손때 묻은 연장. 사위가 틈틈이 사들인 고가의 목공 기계들 사이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좁은 집에 살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벽에 달아준 접이식 나무책상을 귀한 선물로 기억하는 딸은 사진가 최수연과 결혼했다.

시골의 작은 목조주택으로 이사하며, 사위는 장인에게 집을 짓자고 했다. 옛집을 늘리며 장인장모를 위한 별채와 목공방을 새로 지었다. 카메라 들고 서울로 출근하는 사위는 주말에나 손을 낼 뿐, 거의 장인의 일이 되었다. 이십여 년 넘게 손에서 놓았던 연장들이 다시 햇살 아래로 나왔다. 아파트에 사는 동안 베란다 한 귀퉁이에서 숨죽이고 있던 물건들이다.

장인은 물푸레나무를 깎아 손수 창틀을 달았다. 손에 익은 작업이었다. 아내와 함께 그 창으로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맞이하며 기도하던 사람. 그가 목수로 일할 때 남의 집에 달아준 창이 얼마나 될까. 마지막으로 그는 오롯이 식구를 위해 나무를 깎고, 자르고, 다듬어 세상에 창 하나 반듯하게 세우고 떠났다. 2013년 굴참나무 큰 그늘 아래로.

최수연의 사진을 보면서 문득 목수라는 이름에 손 수(手)자를 쓰는 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생각했다. 돌을 다루는 이도 석수라 부르지만 ‘나무와 손’은 울림이 크다. 허공으로 가지를 뻗는 나무들은 늘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처럼 서 있지 않은가. 죽은 나무가 사람에게 와서 기둥이 되고, 마루가 되고, 창과 문이 되고 또 가구가 되는 모든 일에는 특별한 온기가 전해진다. 나무가 먼저 손을 뻗었고, 목수의 손이 그것을 오래 어루만졌기 때문이다.

최수연의 장인은 나무 장인(匠人)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었다고 기억한다. 그가 마지막 집을 짓고 오래지 않아 병상에 누웠을 때, 내 손도 그렇게 잡아주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나사렛 목수의 아들이고, 스스로 세상의 목수였던 분 곁으로 웃으며 간다고. 나무를 잘 아는 손이 말했다.



김영보 어르신을 기억하며. 2019년 가을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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